본문 바로가기
방송

조선 안경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2) – 렌즈와 테의 정밀 세계

by 해와달과별과함께 2025. 5. 13.

렌즈와 테의 정밀 세계

이 글은 사극 『귀궁』 속 등장인물 ‘애체장인’ 설정에서 출발한 시리즈입니다.
①편에서는 조선시대 안경 ‘애체’의 유래와 사회적 수용 과정을 다뤘고,
이번 편에서는 애체의 실제 제작 방식과 장인 기술에 대해 살펴봅니다.


장인이 정좌하고 안경 렌즈 원석을 바라본다

🪨 수정과 운모로 만든 조선의 안경 렌즈

조선시대 초기에는 유리보다 수정(水晶)운모(雲母)가 렌즈 재료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경주 남산의 남석(南石)은 투명도와 경도가 뛰어나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안경 렌즈 재료로 평가받았습니다.

『지봉유설』에는 일본 승려가 안경으로 작은 글씨를 읽는 모습을 보고
조선인이 크게 놀랐다는 기록이 등장하며,
당시 안경이 외래 문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줍니다.


🔍 렌즈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 볼록렌즈의 원리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안경 렌즈를 통해
“작은 글씨가 크게 보인다”, “눈을 맑게 한다”는 표현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묘사는 볼록렌즈의 광학 원리가 경험적으로 이해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애체출화도설』에는 햇빛을 모아 불을 붙이는 실험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렌즈의 초점 거리와 굴절 작용에 대한 관찰적 이해를 나타냅니다.


렌즈를 연마하는 장인

🔄 연마와 가공 – 조선 장인의 정밀한 손길

렌즈 제작은 단순한 깎기 작업이 아닙니다.
장인들은 다음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 곡률과 확대율을 조절했습니다:

  • 숫돌, 연마석 → 곡률 형성
  • 모래, 점토, 뼛가루 → 입자별 연마재
  • 가죽천, 천연 오일 → 광택 마무리

렌즈 중심을 볼록하게 갈아내며
작은 글자를 직접 읽어보며 확대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조정했습니다.
이는 당시 장인들이 경험적으로 광학적 완성도를 맞췄음을 보여줍니다.


안경을 조립하는 장인

🪡 안경테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안경테 제작도 고급 세공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사용된 재료는 다양하며, 모두 계층별 수요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 대모(거북 등껍질) → 고급스러움 + 단단함 (상류층용)
  • 우각(소뿔) → 유연성, 민간에서 선호
  • 금·은·구리 등 금속 → 세공성 우수
  • 대추나무 등 목재 → 제작 용이, 보급형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소개된 김성일의 대모 안경
접이식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조선과 서양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입니다.


양반이 안경을 착용하는 모습

🛒 누가 만들고 누가 썼을까?

안경은 주로 지식인, 양반, 노년층이 사용했습니다.
제작은 경주와 한양의 장인들이 맡았고, 유통은 다음과 같이 이뤄졌습니다:

  • 공방 제작 → 양반가/왕실 납품
  • 시장 판매(종로, 남대문) → 민간 보급용
  • 주문 제작 → 대모·금속 등 고급 사양

고급 안경은 신분과 지식의 상징이자
기술자들의 세공 실력과 미감이 결합된 고급 문화재였습니다.


📌 정리 요약

  • 조선 안경 렌즈는 수정·운모 기반, 볼록렌즈 형태로 제작
  • 렌즈 가공은 숫돌, 연마재, 가죽을 활용한 정밀 수작업
  • 안경테는 대모·우각·금속·목재 등 다양한 재료 사용
  • 지식인과 상류층의 상징물로, 고급 소비재로 발전함

🔜 다음 글 예고

👉 다음 편에서는 사극 속 ‘애체장인’은 실제로 존재했는지,
조선 장인들의 정체와 사회적 위치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이 글은 2025년 5월 기준, 역사 문헌과 고고학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전 글: 『귀궁』 속 안경 장인, 정말 있었을까? (1) – 조선시대 ‘애체’의 유래와 문화적 충돌
📖 다음 글: 애체장인은 실존했을까? (3) – 조선 장인의 삶과 기술